태그 : 왜곡보도

그냥 놔두기가 싫은 언론의 캐오버질.

정조 서한에 대한 잡상 - 독살 여부를 떠나서 (自重自愛님 포스팅 트랙백)

정조와 심환지 간에 오간 편지 발견으로 꽤 큰 파장이 있는듯 합니다. 특히 그간 정적으로 알려졌던 둘 사이의 관계, 그리고 정조 독살설 문제와 얽혀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정조-심환지 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번 발견에도 불구하고 이덕일 씨가 견강부회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만, 제가 가장 답답한 것은 언론의 보도 태도입니다.


정조와 심환지의 관계, 그리고 정치가로서 정조의 성격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한 쪽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특히 “알고 보니 도덕 군자가 아니었다”는 식의 말은 참으로 가증스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한 인물에 대해 그렇게 까면 재밌을까요? 이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오히려 정조의 이상적 모습이 아닌 현실적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이며, 정조의 개혁을 재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보기도 합니다. 꼭 자극적인 표현을 써야만 하는 저 행태... 참으로 보기 딱합니다.


특히 독살설 여부 문제에 있어서도, 언론이 편지를 발견한 학자들을 추궁하듯 물은 흔적이 다분합니다. (연합뉴스 참조)


이번만의 문제라면 혹 모르겠지만, 지난번 백제 미륵사 유물이 발견되었을 때에도 『삼국유사』의 서동 설화가 거짓이네 하는 식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확실한 것이 아닌데, 그 쪽으로 단정하려는 태도를 보면서 은근히 화가 나더군요. 언론이 자극적으로 보도한다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님을 알지만, 그렇기에 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왜곡의 산실, 언론.

by 두막루 | 2009/02/11 21:28 | 시사 | 트랙백 | 덧글(9)

요미우리와 똑같은 짓을 저질렀던 신문,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잘못.

최근 독도 문제로 한-일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일본의 극우 신문인 요미우리 신문이 낸 보도로 인하여 논란이 하나 더해졌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다케시마(독도)를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그것이다.


필자는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막장이라 해도 일본 총리와의 공식적인 정치 면담 중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저런 말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명박이 정말 그런 발언을 하였다면 한국 정부가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적극 항의하고 일본 정부에서도 보도를 부인하는 성명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이것이 처음부터 한-일간 짜고 치는 고도의 스토리라면 사실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그런 가정은 제외한다).


사실관계를 알았을 당사자 요미우리 신문이 이런 오보(가 아니라 왜곡 보도)를 낸 이유는 뻔하다. 거짓일지라도 일단 퍼뜨리면,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1차적 잘못은 물론 요미우리 신문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당연한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한국에서 요미우리 신문과 동일한 짓을 저질렀던 신문을 독자분들께서는 기억하시는가? 바로 동아일보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으로부터 63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 이래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라고 자축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보셨다면, 저 때가 언제였는지 금방 감이 잡히실 것이다. 바로 1945년, 이른바 한국사에서는 해방정국(1945~1948)이라 불리는 시기이다.


먼저 당시 한반도에서 동아일보가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동아일보는 조선, 중앙과 더불어 3대 신문으로 이름 높지만(조중동), 당시의 동아일보는 오늘날과 달랐다. (질적 측면은 무시하고) 현재 한국의 제1신문으로 조선일보가 손꼽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방정국에서는 동아일보가 1위였다. 동아일보의 창간자인 인촌 김성수는 일제 강점기 손꼽히는 최고 부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탄탄한 재정 덕택에 조선일보 등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동아일보는 한 번도 재정난과 인수 문제를 겪지 않았다. 그와 동지 고하 송진우는 이를 기반으로 해방정국에서 거대 우익 정당인 한국민주당을 창당, 정계에서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주도하였으니, 이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겠다.


그런 위치에 있었던 동아일보가 1945년 12월 28일 낸 보도가 있었다.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 내용. 아시다시피 3상회의에서는 한국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내용을 결정하였는데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임시 조선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할 것.

2. 미소공동위원회를 열 것.

3. 최고 5년 기한으로 미, 영, 중, 소 4국의 신탁통치를 실시하되, 그 방안은 미소공위가 조선 임시정부(注 : 1의 임시정부를 의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님)와 협의할 것.


그런데 결정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 전해졌는데, 하루 뒤인 12월 28일자 동아일보 신문에는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미국은 조선을 즉시 독립시키자고 주장한데 반해, 소련은 자국만의 신탁통치를 주장하였다”는 보도가 실렸다. 3상회의 결정이 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동아일보는 사실을 완전히 반대로 보도하였다.


신탁통치를 먼저 주장한 나라도 미국이었고, 신탁통치를 인정하더라도 기간을 짧게 잡으려 한 소련과 달리 되도록 길게 잡으려 한 나라도 미국이었다. 또한 결정 내용에 1항 “조선 임시정부를 수립할 것”이 포함된 것은 소련 측의 제안이 가미된 결과였다(필자가 미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소련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이는 3상회의 결정이 단순히 신탁통치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였다.


초기에 신탁통치 반대 운동을 주도하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세력과 백범 김구가 오로지 주권 차원에서 임정의 승인을 위해 미군정에도 대항하였던 것에서, 저 동아일보의 보도로 인하여 반탁 운동은 점차 한민당과 이승만의 주도 하에 반소 반공 운동으로 변질되어갔다.


이로 인하여 좌익 계열(이런 표현을 즐겨 쓰지는 않지만, 광범한 의미로 사용)의 3상회의 총체적 지지는 단순히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매국적 의사로만 간주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조선공산당 같은 경우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일단 좌익 계열이 3상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은 1항에 주안점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이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는 거의 형성되지 못하였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었는데, 보도 내용이 소련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미군정이 반소적 성격을 가진 반탁 운동을 저지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소련은 이에 분노하였고 3상회의 결정 과정의 전말을 낱낱이 공개해버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동아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왜곡보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도를 단번에 뒤집는데 성공했던, 이른바 정치적 쇼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승만과 한민당 세력은 순조롭게 단독정부(분단국가) 수립 노선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자신들을 중심으로 나라까지 세웠으니, 거짓 보도였지만 충분하고도 남을 도박을 건 셈이었다.

더군다나 오늘날 요미우리 신문의 거짓 보도가 당장 일본 정부에 의해 부정된 것과는 달리, 해방정국에서는 이를 제어할 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보도, 소위 언론 플레이는 그들을 위해서는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1945~6년의 이 사건이 현재의 요미우리 신문의 행태와 오버랩되는 것은 단순히 거짓 보도라서만은 아니다. 그들의 극우적 행태가 너무나 비슷하다. 이후 동아일보는 정부 수립 직전, 남북협상을 행하는 김구와 김규식 등의 임정 세력을 소련에 굴복한 빨갱이들로 보도하였다. 오늘날에는 지만원 씨 정도는 되어야 말하는 백범 김구의 빨갱이론이, 훨씬 이전 그것도 정부 수립 이전에 이미 동아일보가 써먹었다니 동아일보는 이 분야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 동아일보가 오늘날까지도 조중동의 하나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명박의 한나라당 정권 등과 죽이 맞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필자가 하고 싶은 진정한 한마디. 이번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해 국민들의 상당수가 믿을만한 내용 혹은 반신반의하며 보게 된 것은 그러한 의심을 사게끔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보여 온 행태가 저 모양이었으니, 국민들이 보도 내용이 나왔을 때 (국가 원수로서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 작고도 작지 않은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은 반성하길 바란다.

by 두막루 | 2008/07/18 12:19 | 근·현대사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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