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역풍

역사와 고생물에 대한 단상.
by 두막루
사실 내가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 중에는, 정치에 대한 내 생각을 마음껏 써보자는 목적도 있었다. 내가 주로 활동하는 역사 카페에서는 분란의 소지를 막기 위해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정치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던 중 우연히 뉴스밸리에서 매우 공감이 가는 어떤 분의 포스팅을 보고, 특히 마지막 문단의 내용에 절대 지지하며 사족을 달아 본다.
나는 현대사를 공부한 이래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한 번도 좋아해본 적이 없다. 그들의 과거 경력부터가 더럽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친일파가 많았다고, 과거 독재세력이었다고 그것이 지금에 와서도 저들의 덜미가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자들이, 좋은 매듭을 지어줄 거라는 생각은 난 절대로 하지 않는다.
관제 정당 즉 국가 권력에 의해 급조된 정당인 민정당을 주축으로 기타 극우 세력이 흡수되어 탄생한 한나라당. 그러나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과거에 대해 사죄한 적이 없다.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도, 과거 독재의 장본인이었던 전두환에게 절하는 놈들이 있는 정당. 이런 정당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종합적 사죄도 없는 정당이 당당히 집권을 노리는 정국. 집권 이후로는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요구, 과거 독재자들에 대한 재평가 등등 각종 주장(이라 쓰고 망언이라 읽는다)이 마치 정국에 편승하듯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민주당은 민주화의 경험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민주당이 민주화와 일정부분 연관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민주당도 알고 보면 한나라당 못지않은 뿌리를 갖고 있다. 친일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결정적 순간에 극우세력에 편승한 역사가 있다. 물론 민주당 계열이 5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성향이 일관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비교적 최근에도 이런 역사가 있었던 것을 보면 그들도 결국 자기 뿌리를 벗어던지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성수에 대해 “인촌은 비록 감옥에 가고, 독립투쟁은 하지 않았지만, 어떠한 독립투쟁 못지않게 우리 민족에 공헌을 했다고 믿는다.”고 평가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많은 국민들이 대선에도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무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족이 꽤 큰 것 같다.
한국 정치사에서 정말 잊어선 안 될 인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죽산 조봉암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극단화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맞서 여러 작은 세력들을 합쳐 혁신세력을 형성하고 대선에 출마하여 독재를 위협하였던 인물. 그와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차후 포스팅을 달리하여 설명할 계획이지만, 나는 여기서 한 가지를 주목해 본다.
그가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며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물론 독립운동가인 그의 인지도가 높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당시 그가 국민들의 상당한 지지를 이끌었던 것은 이승만 정권의 정책에 맞서 새로운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 평화통일론 등 이승만 정권과 차별화된 목표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다. 불행히도 민주주의가 통하지 않던 시대였기에, 그는 사형 당했고 혁신세력도 점차 사라져 갔다.
그로부터 50여년 뒤, 현재는 어떠한가. 50년대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계에서 기득권을 가진 정당으로서 주류 노릇을 하고 있다. 사안들마다 반대로 치달아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판을 좌지우지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체할 제3의 세력 등장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isokratia님의 마지막 문단을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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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정치적 무관심층 혹은 무당파들을 지지기반으로 조직하는 정당이 차기 정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저렇듯 엄청난 규모로 잠재되어 있는 정치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동원할 수만 있다면, 기존의 권력구조는 필연적으로 균열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권력이 출현하는 것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막대한 여론 형성기구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세력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새로운 대안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의 가능 여부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좌우하게 될 것임은 분명해보인다. 민주주의는 보통의 시민들의 요구를 정치권에 반영하는 만큼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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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히 이와 같은 깊은 안목을 가진 누군가가 정계에 등장하여 과거의 '역풍의 정치가' 조봉암처럼, 새로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조봉암이 살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민주주의가 제도화되어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민주화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친일, 독재 등등 자신들의 잘못을 참회하지 않는 자들이 기득권을 틀어쥔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는 한은 말이다.
# by 두막루 | 2009/01/21 01:51 | 시사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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