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06일
옛도마뱀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 하나.
어린이들이 공룡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시각에 맞춘 공룡 서적들도 예전부터 많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분명 좋은 현상임에 틀림없습니다만, 전문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써 보려고 하는 옛도마뱀에 대한 오해 역시 이러한 문제에 속합니다.

현존하는 파충류는 5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중 4종류인 도마뱀, 뱀, 악어, 거북은 잘 알려져 있고, 또 잘 알려진 만큼 수많은 개체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옛도마뱀(Tuatara, 속명 Sphenodon)은 현재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며, 멸종 위기에 놓여 있어서 희귀 동물의 하나로 불립니다. 물론 종류에서 구분했듯이, 도마뱀은 아닙니다. 옛도마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잠시 뒤로 하고...
그런데 제가 보았던 책에서는 이 옛도마뱀이 “악어보다 공룡과 더 가까운 동물”이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역시 저는 이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현존 파충류 중 공룡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점이 특이해서 잊지 않고 있었는데, 이후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무렵 옛도마뱀에 대해 외국 검색엔진에서 나름 조사해보면서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사 중에 계통에 대해서도 찾아보았는데 이들은 레피도사우로모르파(Lepidosauromorpha)에 속한 무리로, 공룡보다는 도마뱀, 뱀의 무리와 더 가까운 동물입니다.
각 파충류들의 계통을 가늠하기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파충류는 두개골의 구조에 따라 무궁형, 단궁형, 이궁형, 측궁형의 4가지로 분류됩니다. 아직 계통과 진화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거북은 일반적으로 무궁형으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단궁형은 잘 알려진 포유류형 파충류의 반룡목과 수궁목을 가리킵니다(넓은 의미에서는 포유류까지도 들어갑니다). 이외의 파충류로는 해양파충류(어룡, 수장룡 등, 측궁형), 지배파충류(조룡류, Archosauria, 이궁형), 레피도사우로모르파가 남습니다. 측궁형은 이궁형에서 진화된 것으로 보이며, 때로는 이 3가지 무리를 통틀어 이궁류라고 분류하는 경우도 있는 듯합니다.
바로 이 레피도사우로모르파에 도마뱀, 뱀, 그리고 현존하는 옛도마뱀을 포함한 스페노돈트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아르코사우리아에는 공룡, 익룡, 악어와 기타 지배파충류 무리가 있습니다. 즉 옛도마뱀은 도마뱀, 뱀의 무리와 가까운 계통이고, 현존하는 5종류의 파충류 가운데 공룡과 가장 가까운 동물은 악어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옛도마뱀이 공룡이 살던 중생대에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내용이 와전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스테고사우루스의 경우처럼 초기 어떤 학자의 발언이 퍼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소위 비행류(鼻行類)라는 거짓 이야기의 유명세 타기 정도까지는 아니겠습니다만...). 일부 책에서 보았던 내용이라 “옛도마뱀이 공룡이거나 그 친척이었다”는 주장 자체를 접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터넷 상에서 검색해보면 아직도 공룡으로 여기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기에 공룡으로 오인되었을지도...
옛도마뱀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이들은 현재 Sphenodon punctatus와 Sphenodon guntheri의 두 종이 있습니다. 이들은 온순하며, 100세 이상을 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주요 특징으로는 “눈이 3개”라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정수리에 있는 제3의 눈은 흔적기관으로서 사실상 보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이 특징은 초기 파충류에게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자세한 자료를 본 바가 없어서 더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요즘 이런 잘못된 지식이 전파되는 것에 대해 그 지식 전달자를 비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제가 본 책 역시 전문가들의 교정을 거치지 않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저는 이런 잘못된 내용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일 뿐, 그 책을 비난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당시 흥미 있게 읽었던 책이거든요. 가짜 지식이라 하더라도 가짜 지식 자체를 탓해야지, 가짜 지식인이라고 인신공격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 by | 2008/09/06 13:52 | 고생물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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