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라는 개념에 대해서 한마디.

남해 다녀온 사이 이글루스에서 친일파라는 표현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글들을 읽어보니 대경할 지경이군요.

각설하고, 친일파라는 단어에 대해서만 한마디합니다.


1. '친일파'는 "친일파 청산에 딴지거는 논리에 대한 비판 하나" 글에서도 정의했듯이 2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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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잘 알려진 바처럼 "1904년 러일전쟁이 끝난 이래로 일본 제국주의의 정책에 협력하며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고 작위 등 온갖 혜택을 받은 사람들"로 정의할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말 그대로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생각이나 태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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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말이지만, 많은 분들이 이것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일본과의 동맹을 외친다고 친일파라고 부릅니까? 한국은 60년대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과 함께 3각 공조 체제를 구축했으니, 그 이래의 한국과 한국인들은 전부 친일파입니까?


친일파라는 단어의 애매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보아야 겠습니다. 후자처럼 단순히 일본과 친밀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친일파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친일파'라는 용어 대신에 '부일협력자', '숭일파(崇日派)' 등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당연히 이들은 전자, 즉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하며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고 작위 등 온갖 혜택을 받은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성급하게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나, 반일 이승만 정권에 친일파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이나 모두 친일파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2. 친일파가 정말로 일본을 그토록 좋아해서 친일을 했는가?


친일파는 해방 이후에도 친일을 해야만 친일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친일파들이 친일을 했던 것이 지탄받는 이유는 외세에 빌붙는 그 성격 때문이지, 오로지 일본에 충성하기 때문 만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물론 일본에 오로지 충성하는 놈들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탈바꿈을 하는 놈들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조선시대 명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모화주의, 존화주의를 내세우던 사대부들 모두가 명나라를 그토록 흠모해서 숭명을 외치고 다녔을까요? 물론 그들 중에도 명나라를 짝사랑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명이라는 주자학적 질서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권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친일파들은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귀축미영을 박멸하자"고 외칠 정도의 반미파였는데,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 측에서 자신들을 비호해 주니까, 자신들의 기득권만 유지할 수 있다면 바로 친미로 성향을 바꿔버렸습니다.


이승만 정권에 참여했던 친일파들이 이승만 정권을 따라 반일 외교를 벌인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기득권 유지에 있었으니까요.



친일파에 대해 토론하기에 앞서서 이 두 가지는 꼭 숙지해주셨으면 하는 바, 삼가 글을 적습니다.

by 두막루 | 2008/08/17 17:19 | 근·현대사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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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8/17 18:14
잘 지적하셨네요...
Commented by 두막루 at 2008/08/17 18:18
반갑습니다.

최근 올라온 글들을 보니 너무 딱해서 올려보았습니다. 친일파들이 '반일' 이승만 정권 하에 들어감으로써 속죄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자니 너무도 답답합니다. 속죄는 무슨 얼어죽을... 당사자들도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참으로 놀라운 발상일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8/08/19 18:00
늘 느끼는 거지만 '친일파'라는 용어의 개념정리가 아쉽습니다. 친일파의 정의 중 전자 혹은 후자를 나타낼 만한 대체 용어도 딱히 없는 것이 아쉽구요. 이건 여담입니다만 일본에서 '친한파', '친일가' 등의 표현이 곧잘 사용되는 것을 보고 멍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ㅋ
Commented by 두막루 at 2008/08/19 20:06
그렇습니다. 부일협력자, 숭일파라는 것도 예전부터 거론되어온 대안적 용어이지만, 결국 '친일파'를 대체하지는 못했죠. 결국 친일파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이 용어의 용례를 반드시 밝혀서 신중하게 써야 할겁니다.

친한파.. 그렇군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지한파(知韓派)라고 쓰던데.. 음...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8/08/19 18:38
아니 뭐.. 두막루님이 그러실거 까지야..

어차피 블로그에는 안들어올 수가 없으니 댓글 다는 것 정도로 제가 부담이 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저로서는 그 논문 읽으면서 이상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두막루님께서는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밥먹으면서 읽은 터라 꼼꼼히 읽은 것은 아니거든요. 나중에 시간되시면 블로그에 링크시켜놓은 그 논문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마지막 부분의 아지고촌 부분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는 건지 의아하더군요. 논문 읽으시고 포스팅으로 완결해주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하다능..
Commented at 2008/08/19 18:4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두막루 at 2008/08/19 20:19
한단인님/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근현대사에만 빠져있던 까닭에 그나마 남은 고대사의 기억도 상당히 날아간 제가 꼼꼼히 읽기란 어려울듯... 흑;

철학...;; 자극을 많이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제가 그런 분들의 축에 끼일리가요..;; 일찍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남아있는게 없습니다..ㅜㅜ
얼른 계획했던 근현대사 관련 글 끝내고 고대사로 돌아가야 되는데.. 요즘따라 게으름 때문에 아직도 진행은 못한 상태이고.. 저도 한단인님처럼 포스팅 활동을 중단하고 덧글 모드로 들어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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