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와 똑같은 짓을 저질렀던 신문,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잘못.

최근 독도 문제로 한-일간 갈등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일본의 극우 신문인 요미우리 신문이 낸 보도로 인하여 논란이 하나 더해졌다.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다케시마(독도)를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그것이다.


필자는 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막장이라 해도 일본 총리와의 공식적인 정치 면담 중에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저런 말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명박이 정말 그런 발언을 하였다면 한국 정부가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적극 항의하고 일본 정부에서도 보도를 부인하는 성명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이것이 처음부터 한-일간 짜고 치는 고도의 스토리라면 사실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그런 가정은 제외한다).


사실관계를 알았을 당사자 요미우리 신문이 이런 오보(가 아니라 왜곡 보도)를 낸 이유는 뻔하다. 거짓일지라도 일단 퍼뜨리면,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1차적 잘못은 물론 요미우리 신문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 당연한 이야기보다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한국에서 요미우리 신문과 동일한 짓을 저질렀던 신문을 독자분들께서는 기억하시는가? 바로 동아일보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으로부터 63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 이래 올해가 건국 60주년이라고 자축하는 자들의 말을 들어보셨다면, 저 때가 언제였는지 금방 감이 잡히실 것이다. 바로 1945년, 이른바 한국사에서는 해방정국(1945~1948)이라 불리는 시기이다.


먼저 당시 한반도에서 동아일보가 차지하는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간단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동아일보는 조선, 중앙과 더불어 3대 신문으로 이름 높지만(조중동), 당시의 동아일보는 오늘날과 달랐다. (질적 측면은 무시하고) 현재 한국의 제1신문으로 조선일보가 손꼽히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방정국에서는 동아일보가 1위였다. 동아일보의 창간자인 인촌 김성수는 일제 강점기 손꼽히는 최고 부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탄탄한 재정 덕택에 조선일보 등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동아일보는 한 번도 재정난과 인수 문제를 겪지 않았다. 그와 동지 고하 송진우는 이를 기반으로 해방정국에서 거대 우익 정당인 한국민주당을 창당, 정계에서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하였고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주도하였으니, 이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겠다.


그런 위치에 있었던 동아일보가 1945년 12월 28일 낸 보도가 있었다. 모스크바 3상회의의 결정 내용. 아시다시피 3상회의에서는 한국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내용을 결정하였는데 대략 다음과 같았다.


1. 임시 조선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할 것.

2. 미소공동위원회를 열 것.

3. 최고 5년 기한으로 미, 영, 중, 소 4국의 신탁통치를 실시하되, 그 방안은 미소공위가 조선 임시정부(注 : 1의 임시정부를 의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님)와 협의할 것.


그런데 결정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 전해졌는데, 하루 뒤인 12월 28일자 동아일보 신문에는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미국은 조선을 즉시 독립시키자고 주장한데 반해, 소련은 자국만의 신탁통치를 주장하였다”는 보도가 실렸다. 3상회의 결정이 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동아일보는 사실을 완전히 반대로 보도하였다.


신탁통치를 먼저 주장한 나라도 미국이었고, 신탁통치를 인정하더라도 기간을 짧게 잡으려 한 소련과 달리 되도록 길게 잡으려 한 나라도 미국이었다. 또한 결정 내용에 1항 “조선 임시정부를 수립할 것”이 포함된 것은 소련 측의 제안이 가미된 결과였다(필자가 미국을 부정적으로 보고 소련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즉 이는 3상회의 결정이 단순히 신탁통치 조항만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였다.


초기에 신탁통치 반대 운동을 주도하였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세력과 백범 김구가 오로지 주권 차원에서 임정의 승인을 위해 미군정에도 대항하였던 것에서, 저 동아일보의 보도로 인하여 반탁 운동은 점차 한민당과 이승만의 주도 하에 반소 반공 운동으로 변질되어갔다.


이로 인하여 좌익 계열(이런 표현을 즐겨 쓰지는 않지만, 광범한 의미로 사용)의 3상회의 총체적 지지는 단순히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매국적 의사로만 간주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조선공산당 같은 경우 신탁통치를 찬성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나, 일단 좌익 계열이 3상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은 1항에 주안점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이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는 거의 형성되지 못하였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되었는데, 보도 내용이 소련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미군정이 반소적 성격을 가진 반탁 운동을 저지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소련은 이에 분노하였고 3상회의 결정 과정의 전말을 낱낱이 공개해버렸다.


한마디로 말하면 동아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왜곡보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판도를 단번에 뒤집는데 성공했던, 이른바 정치적 쇼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승만과 한민당 세력은 순조롭게 단독정부(분단국가) 수립 노선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자신들을 중심으로 나라까지 세웠으니, 거짓 보도였지만 충분하고도 남을 도박을 건 셈이었다.

더군다나 오늘날 요미우리 신문의 거짓 보도가 당장 일본 정부에 의해 부정된 것과는 달리, 해방정국에서는 이를 제어할 정부가 없었기 때문에 동아일보의 보도, 소위 언론 플레이는 그들을 위해서는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1945~6년의 이 사건이 현재의 요미우리 신문의 행태와 오버랩되는 것은 단순히 거짓 보도라서만은 아니다. 그들의 극우적 행태가 너무나 비슷하다. 이후 동아일보는 정부 수립 직전, 남북협상을 행하는 김구와 김규식 등의 임정 세력을 소련에 굴복한 빨갱이들로 보도하였다. 오늘날에는 지만원 씨 정도는 되어야 말하는 백범 김구의 빨갱이론이, 훨씬 이전 그것도 정부 수립 이전에 이미 동아일보가 써먹었다니 동아일보는 이 분야의 선구자인 셈이다.


이 동아일보가 오늘날까지도 조중동의 하나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명박의 한나라당 정권 등과 죽이 맞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필자가 하고 싶은 진정한 한마디. 이번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해 국민들의 상당수가 믿을만한 내용 혹은 반신반의하며 보게 된 것은 그러한 의심을 사게끔 자초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도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보여 온 행태가 저 모양이었으니, 국민들이 보도 내용이 나왔을 때 (국가 원수로서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 작고도 작지 않은 사건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뉴라이트 등은 반성하길 바란다.

by 두막루 | 2008/07/18 12:19 | 근·현대사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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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리어 '낚시'야말로 저들의 주특기 중 하나였음을 다시금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나라가 어떻게 건국되었는지, 모르거나 기억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요미우리와 똑같은 짓을 저질렀던 신문,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잘못." 포스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건국조차도 이렇게 하셨으니 그 본성 어디 가시겠는가.어익후 이제 건국까지 건드렸으니 나도 잡혀가나? '자유민주주의' ... more

Commented by at 2008/09/05 00:32
예끼. 그게 어디 동아일보 논조인가요? 동아일보의 입을 빌린 뉴라이트 애들 논조지....
Commented at 2008/09/05 00: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두막루 at 2008/09/05 21:20
객님/이런 질문은 실례입니다만...그래도 여쭤보아야 하겠습니다. 글을 읽어 보시기는 하셨습니까? 본문에서 '뉴라이트'는 마지막 한 줄에서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방정국 당시 동아일보가 저 기사를 내보낼 때에는 '뉴라이트'라는 단체는 커녕 용어 자체가 없었습니다. 왜 동아일보 논조가 아니죠?

그리고 저도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이미 "자학사관과 긍정사관" 글에서 한맥온님에 대한 덧글, 그리고 "뉴라이트는 어설픈 탈민족주의를 버려라" 글에서 민족파님에 대한 덧글에서 뉴라이트에 대해 설명했으니, 이번에 또 한다면 이미 3번째가 됩니다.

제가 본문에서 뉴라이트를 '과거에도 우파였던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면 모르지만, 해당 본문도 정독하지 않고서 "예끼", "찾아보십시오", "염두해 두십시오"라는 식으로 일방적 훈계조의 답글을 다는 것은 사양합니다. 제가 아는 분이고 존경하는 분이라면 모르지만...

이런 주장이 자꾸 달려서 참고로 한 말씀 더 드려야 겠습니다. 뉴라이트가 예전에 극좌파였던 것은 사실이나, 그들은 공개적으로 전향을 '선언'하고 뉴라이트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더이상 극좌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런 가정을 해봅시다. 내가 문제의 주장을 버렸는데, 여전히 그 과거의 주장 때문에 내가 아직도 욕을 먹어야 합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한홍구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극좌에서 극우로의 전향에서 보듯이 항상 극에서 극으로만 치닫는, 비정상적 길을 자처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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