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난달 22일 무렵부터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판 사태로 꽤 떠들썩했다. 국보법이 여전히 존재하는 나라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김일성 회고록이라. 출판사 쪽에서 작심하고 냈던 모양이다. 결국 이번 주 중에 교보문고를 필두로 다 유통 중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만.
솔직히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김일성 회고록이라 할지라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왔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과거를 조금만 돌이켜보면 80년대는 물론이고 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저작물만이 아니라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저작물들이 모두 국보법의 검열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안으로는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고, 밖으로는 소련, 중국과 수교하고 곧이어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현실적 위협도 도태되었기에 이제는 『공산당선언』을 비롯한 여러 저작물들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북한 관련 저작물도 학술서적들은 큰 문제없이 볼 수 있는 반면(그래도 도서관에서 대출하면 통일부인가 국정원인가 아무튼 정부기관에 대출내역정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기와 더불어』처럼 정치적인 것들은 여전히 국보법의 대표적인 금기로 남아있다.
의외로 정치권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이유로 출간을 허용하자는 하태경의 의견 정도가 제기되었을 뿐, 반발 목소리는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아도 서점들이 알아서 유통 중지할 거라고 생각한 건지 ㅎㅎ)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5&aid=0004535299
하지만 오늘은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 소식에 민간에서 나온 반응은 역시나 2가지였다.
하나야 다 알다시피 출간을 중지하라는 강경한 항의들(대부분)이었고, 다른 한편의 반응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환영한다는 소수의 좌파 내지 친북적인 목소리들이었다. 후자의 사람들은 전자의 반응에 ‘구태의연한, 세뇌된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투로 부정적으로 보았고, 출판사 서평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출판사측 입장도 이쪽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하다.
사실 나도 위에 밝혔듯, 오래된 전자의 반응에 100% 동조하는 입장은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87~90년대 민주화 이래로 지금까지 30년 이상 그 오래된 반응이 한 결 같이 지속된다면, 거기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내가 알기로 90년대 이래 ‘북한바로알기운동’이라는 것이 있었다. 과거 오랜 반공독재 치하에서 강제된 反공 反북을 벗어나 실상(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그 이래로 비록 『세기와 더불어』와 같은 정치적 논란의 소재는 제외되더라도, 북한 관련 학술적 저작물들은 많이 출판되었고 옛날 같았으면 알 수 없었을 여러 정보들도 공개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한 관련 새로운 정보들이 골고루 전달되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접하게 된 오늘날 북한의 실상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전반적인 북한의 실상도 그렇지만, 『세기와 더불어』의 주인공이라는 북한 건설자 김일성은 우리에게 6.25 남침의 주역, 전범(戰犯)으로까지 각인되어있다. 오히려 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대통령 옐친이 구 소련 문서를 공개하면서 기정사실화하였다. 6.25 이전까지 항일투쟁의 민족영웅으로 여겨지던 그가 오늘날에는 180도 뒤집어져 전범으로 인식되게 된 원인은 바로 그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아직도 90년대 초반 마냥 북한바로알기운동 하듯이 겨우 『세기와 더불어』라는 어용저작물을 토대로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공부하겠다며 환영하고 반대자들의 반응을 ‘구태의연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치부해버리는 후자의 반응도 사실 구태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사태와 논란에서 보수 진영 하태경이 보인 태도에서도 볼 수 있듯, 사실 이런 출판 논란은 해당 서적의 사상 문제와 궤를 같이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출판이, 그 사상에 동조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https://namu.wiki/w/%EB%82%98%EC%9D%98%20%ED%88%AC%EC%9F%81#s-1.5
뱀발. 나는 설령 『세기와 더불어』가 합법적으로 출판된다고 해도 돈지랄을 해가며 저런 비싼 냄비받침을 살 생각도 없고, 나한텐 『나의 투쟁』조차 없다. 그냥 출판 관련 내 생각이 그러할 뿐.
출판사는 괜스레 이상한 시점에 돈도 되지 못하고 욕만 오지게 얻어먹을 『세기와 더불어』 출판 같은걸 하지 말고 학술서적이나 잘 유통했으면... 하긴 그러기에는 출판시장 상황이 딱하긴 하지.







덧글
대신 밑의 시민단체 간의 대리전만 벌어지고 있죠 다만 보궐선거에서 정부 여당이 대패하고 지금 더민당이나 좌파 계열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결국에는 교보문고에서 귀찮은거 피하고 싶어서 포기했죠
형 어차피 올해도 뉴밸에서 찌질대고 살거면서 5년전에 왜 그랬어?
그래서 그 출판사 측이 '괜스레 이상한 시점'에 냈다고 한 거죠.
뭐 어느 시점에 나오든 논란을 피할 수 없긴 하지만...
자기 자신을 인간 쓰레기라고 해서 화가 많이많이 났어요? ㅋㅋ
내세우고 싶고 잘난체 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저도 부족함이 없지만, 반은 내탓 반은 시대탓 이러며 쉽지 않게 지내는데.
블로그 글 쓴다고 세상 뭐 변하는 것도 없지만, 떠오른 아이디어 기록 차원에서 남긴다는 생각으로 간간히 올리는 정도구만.
이글루스 아이디는 벼슬이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에란쪼는 뭐야? 형을 찼던 옛날 여자친구?
남의 블로그에서, 주인장도 전혀 모르는 사연으로 자기들끼리 치고박는건 뭐하자는 건지.
싸우고 싶으면 당사자 블로그에 가서 싸우든지.
제가 어지간하면 댓글 안지우려는건 제 자유주의적 성향도 그렇고, 역사학도로서 웬만한 기록을 무조건 삭제하는걸 달가워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소만. 그렇다고 무한정 관대하 공장장은 아니올시다 그려.
이 밑으로 또 토 달면 족족 지울 것이니 그리 아슈.
쓰는게 힘들지, 지우는게 힘들진 않다는걸 아시기를.
이 글도 되려 친북적 입장에 대해 비판하는 목적으로 쓴 것이고요.
다만 제가 링크 건 나무위키 <나의 투쟁> 항목을 보시면, <나의 투쟁>의 경우 비판적 주석의 삽입을 전제로 독일에서도 출간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국의 위안부> 논쟁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그 책이나 전두환 회고록도 문제의 부분을 삭제하거나 해당 권만 출판금지하는 정도지 책 자체가 완전히 막혀버린 건 아니니 엄밀히 말하면 출판이 전혀 허용되지 못하는 김일성 회고록과 동급의 상황은 아니죠. 그리고 두 책의 경우 인권적 차원에서 논란이 벌어져서 법리적 다툼으로 이어진 케이스이지만, 김일성 회고록은 그런 단계조차 전혀 거치지 못했고.
독일에서도 최근에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출판이 허가되었고(그전에는 연구 목적 등으로만 열람이 가능), 침략당한 프랑스 등에서는 여전히 출판이 금지된 것으로 압니다. 우리나라는 굳이 말하자면 침략을 당한 쪽이니...
뭐 표현이니 사상의 자유니 다 좋습니다. 하지만 6.25라는 역사를 갖고 있는 남한이라는 국가에서 김일성주의는 허용할 수 없는 겁니다. 정 허용한다면 통일 이후에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태경 의원이 안보 문제 관련해서 해이한 사람이라 출간을 허용하자고 했을까요?
솔직히 저는 김일성 회고록이든 뭐시깽이든 아무런 비판 없이 출간된다고 해도, 이제 와서 저런 거에 넘어갈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회의적입니다. 그런 인간들이 있다고 한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싶을 뿐이고요.
역사학도로서 현대사 공부하면서 사회주의 운동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편인데(자유주의 지지하는 성향상 특히 맑스주의는 별로 동조하지 않지만), 북한쪽 자료를 접할 때마다 솔직히 우스운 느낌만 들 뿐입니다. 옛날 소련 사람들도 북한 선전물 보고 킥킥댔다죠? 왕조 홍보하고 자빠졌으니 말이죠 ㅎ
울 쓰딸린 수령을 열심히 결사옹위해야하는데 배신 때린 흐루쑈브와 고르바쵸브가 쏘련 사회주의를 말아먹었다는...ㅋㅋㅋㅋ 이런 개소리에 넘어가는 인간이 있다면 안보보다도 그 수준부터 의심해야할 지경 아닐까요? ㅎ
원래 <세기와 더불어> 사태가 불거지면서 관련 글을 써봐야지 했지만, 게으름과 다른 일로 인해 미루다가 어제 급하게 쓰다보니 원래 넣으려고 했던 내용을 빠뜨렸다. 에라이 글을 잘 쓴 건지조차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