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 이젠 논리도 개나 갖다 줘버렸나? 시사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저런 사건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요즘이고, 나 자신 다른 할 것도 있고 하여 윤미향, 박원순 사태 등이 있었어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남과 북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는 엄청난 물개사건으로 더 벌집 같을 줄 안다. 하여 굳이 이번에도 쓰지 말고 넘길까 했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상황에 결코 작지 않은 문제라고 보기에 조금 늦었지만 한마디 남겨본다.

 

여당 대표의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는 말은 그 자체로도 비난받기 충분한 말이지만,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이 나왔는가를 뜯어보면 그 발언이야말로 더욱 천박하기 그지없다.

 

저 말을 다룬 언론 내용을 보면 서울 한강을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무슨 아파트는 한 평에 얼마라는 설명을 쭉 해야 한다. 갔다가 올 적에도 아파트 설명밖에 없다. (프랑스) 센강 같은 곳을 가면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쭉 있고 그게 큰 관광 유람이고, 그것을 들으면 프랑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 우리는 한강 변에 아파트만 들어서가지고 단가 얼마 얼마라고 하는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단다.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 대단히 해괴한 말이다.

지금 이해찬이 이 말을 꺼낸 이유가 ‘(행정)수도 이전’, 나아가 천도에 있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알게다. 그 자신이 헌법을 고쳐서 수도를 세종시로 한다는 조항을 넣으면 (행정)수도 이전이 더 이상 위헌이 아니게 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딱 봐도 지금 수도 서울이 싫어서, 수도 딴 데로 옮기고 싶으니까 한 소리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현실이 안타까워서 한 소리라고?





그렇게 현실이 안타까웠으면 교육부 장관, 총리로 재직하고, 여당 대표도 오래 맡아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까지 왜 수도 서울의 역사적 명소들을 활성화하는 사업에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셨쎄요?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인간이 이제 와서 명분이랍시고 끌어들이는 뽄새를 보니, 역사 유물 유적에 깊은 애착이 있는 한국사 전공자로서 열불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자기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란 게 프랑스 파리라니, 어처구니를 연속으로 없게 만든다.

 

이보쇼, 파리는 최소프랑스 왕국 카페 왕조가 개창된 989년 이래 지금까지 수도인 곳이요, 이전 프랑크 왕국 시대에도 수도였던 적이 있고 이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한 로마 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기원이 오래된 도시외다. 989년을 기준으로 따져도 이미 천년이 넘은, 당신네들 입장에서 보면 조선조 500년 서울을 뛰어넘는 고인 물수도 수준인데, 천도를 하고 싶다는 인간이 왜 파리를 들먹이는데?

 

서울의 현실이 안타까우면 조선조 500년 역사의 유산이 곳곳에 남은 서울을 근사한 관광도시로 활성화할 생각을 해야지, 버리고 다른 곳으로 수도를 옮기는 게 맞는 건가?

 

더군다나 세종시에 사는 분들께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솔까말 세종시란 도시야말로 대체 뭐가 있는 도시인데? 세종대왕과 무슨 관련이 있어서 붙여진 지명인지도 모르겠는 판국에, 파리를 들먹이면서 세종을 좋은 새 수도로 만들자는 게 대체 말이냐 막걸리냐? 논리는 어디 개나 갖다 줘버렸냐?

 

정치인, 정치가라는 직업이 도덕성과 진정성에 차고 넘치는 직업이길 바라는 것은 이상적인 것이겠지만, 최소한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정치적 언행은 논리적 정합성이라도 갖춰야 한다. 지들이 180석을 획득했다고 이것마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막말을 지껄여대면 그걸 보고 듣는 국민들은 어찌 생각해야하나? 나는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는 것이 당연한 기본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이것마저 흔드는 여당 대표(이런 인간이 무려 교육부 장관에 총리까지 지냈다는 사실이 새삼 ㅎㄷㄷ할 뿐이다)와 그걸 또 쉴드치는 여당 꼬락서니를 보면서 오늘도 다시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참으로 스펙타클하게 경험해보게 된다.

 

누구 말마따나 취임사에서 딱 하나 잘 지키는 것이 이거라지? ㅋㅋ 덕분에 매일같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새롭게 갱신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체험하고 있다.

나는 진보를 자처해왔고 지금도 그 입장엔 변함없지만, 그 여부를 떠나 이 정권의 행태 꼬락서니에는 조금도 좋은 표정으로 좋은 소리를 못해주겠다.


덧글

  • 흑범 2020/07/29 20:45 # 답글

    부시장 추가요.

    해찬씨, 총리, 교육부총리 말고도 조순 서울시장 때 서울 부시장도 역임했음.
  • 두막루 2020/07/29 21:08 #

    그렇군요. 서울 부시장까지도 지낸 인간이 지 필요할 때만 희한한 소리 해대는 거군요.
    정보 고맙습니다.
  • 나인테일 2020/07/29 21:34 # 답글

    서울은 그래도 북촌이랑 인사동, 경복궁이라도 있죠. 세종시엔 도대체 뭐가 있답니까.
  • 춤콩 2020/07/29 23:24 # 삭제

    우덜 의원님들 부동산이
  • 두막루 2020/07/29 23:40 #

    그러게요. 세종시 이전이 아무리 노통 때 추진되었던 것이라도 이미 10년도 더 전의 옛일인데, 집권 이래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부동산 투기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니까 갑자기 여론 반전 노리듯 이렇게 툭툭 던지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지... 더구나 한 나라의 천도에 대한 문제를 말입니다.

    애초 이 정권 초반에 개헌을 성급하게 꺼낼 때부터 알아봤기에, 이제는 이것들이 제대로 된 논의 절차와 의견 수렴을 거칠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mouseblock